[TV리포트=이지은 기자] 출산은 인생에서 가장 큰 기쁨 중 하나로 여겨지지만, 여성 스타에게는 단순한 삶의 전환이 아닌 커리어의 위기 혹은 불확실성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물론 출산 자체가 곧 ‘경력단절’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출산 후 빠르게 복귀해 흥행작을 터뜨린 여배우도 있고, 예능에서 육아 일상을 공개하며 새로운 팬층을 얻은 스타도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문제는 ‘복귀가 가능하냐’가 아니라, 그 복귀까지 소요되는 시간과 감당해야 할 불안, 그사이 사라지는 수많은 기회다. 임신과 육아로 인해 촬영 스케줄에서 자연히 멀어지게 되고, 출산 이후에도 이전처럼 활발히 활동하려면 상당한 준비와 회복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 사이에도 업계는 끊임없이 돌아가고, 새로운 얼굴들이 등장하며 그들의 자리는 점점 좁아진다.
기획사와 광고주는 종종 여성 스타의 임신을 ‘리스크’로 간주하기도 한다. 복귀 시기가 불확실하고, 이미지 관리가 복잡해지기 때문. 여성 스타들은 출산 후 ‘엄마’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얻는 동시에 ‘예전의 나’로 돌아가야 한다는 부담도 떠안는다. 팬과 업계가 기대하는 ‘완벽한 균형’을 현실적으로 달성하기 쉽지 않다.
전 리듬체조 국가대표 손연재는 ‘내 삶을 이렇게 포기할 수 없다’는 생각에 출산을 망설였다고 밝혔다.
16일 손연재 채널에는 ‘왜 아무도 안 알려줬냐고요~ 손연재의 리얼 임신, 출산썰 대공개’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그는 “남편은 아기를 낳고 싶어 했고 저는 그렇게 급하지 않았다”면서 “그래서 1년 후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1년이 빠르게 지나갔고 계획했던 계절이 다가오자 ‘내 삶을 이렇게 포기할 수 없다’는 생각에 눈물이 났다. 엉엉 울었다”라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남편에게 ‘나 진짜 임신 못하겠다’라고 했더니 남편이 속상해하다가 이내 다가오더니 ‘이해한다. 몸과 삶이 많이 바뀔 텐데’라고 해줘서 마음을 다잡고 4월~5월로 계획을 다시 잡았다”라고 전했다.
결혼과 출산을 겪은 유명 여배우들 역시,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뒤따른 ‘경력단절’을 토로해왔다.
고소영은 지난해 ‘오은영의 버킷리스트’ 채널에 출연해 “사람들이 본업을 왜 안 하냐고 하는데 안 하는 것보다 못하는 것도 있다”라며 “결혼과 출산 후회는 안 하지만 내가 그때 조금 덜 아이들한테 집착하고 내 일을 좀 했으면 어땠을까. 요즘 사람들이 항상 물어보면 제가 되게 많이 빠져 있다. ‘애들은’, ‘남편은?’이라고 묻는다. 고소영은 많이 없어졌다고 생각했다”라고 털어놨다.
김희선은 2023년 tvN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해 결혼과 육아로 인해 6년간의 공백기를 가졌다고 토로했다. 그는 “제가 그때 조금 위축되는 건 있었다. 아이를 안고 젖병 물리면서 TV를 보는데 저랑 같이 활동했던 배우들이 너무 좋은 작품들을 하고 있더라. 나만 처지는 것 같고 ‘이제 애 엄마라 안 되나?’ 그때 혼자 많이 괴로워했다”라고 씁쓸해했다.
박하선은 결혼과 임신·육아로 2년간 경력단절을 겪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카카오TV 웹예능 ‘톡이나 할까?’에서 “애 낳기 전에는 일이 이렇게 재밌는지 몰랐다. 제 기준 육아가 제일 힘든 것 같다”라며 “더 속상한 건 방송국의 나이 많은 분들은 옛날 분이라 그렇다 쳐도 같은 유부인데 미혼하고만 작품 하겠다는 분들도 있다. 그래서 한동안 캐스팅 순위에서 밀렸다”라고 말했다.
2023년 ‘슈취타’ 채널에 출연한 이나영은 9년간의 공백기에 대해 “경력단절에 대해 다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특히 요즘 결혼이나 육아 등의 이유로 여성들이 다시 직장으로 돌아갈 수 있는 상황들이라는 게 어렵기도 하고 조건이 좋지 않으니 그런 것에 대한 설득과 이해는 충분히 됐다”라며 “아이에게 사랑을 주면서 집에 있을지, 경력 단절을 줄이면서 일을 할지에 대한 고민이 많다”라고 토로했다.
올해 민주노동연구원이 발표한 ‘고용상 성차별 경험과 성별 임금 격차 인식 관련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직장 생활 중 쉬거나 그만둔 경험을 했다고 응답한 비율이 여성은 61.9%, 남성은 40.6%로 여성의 경력단절 경험 비율이 남성보다 21.3% 포인트 높았다. 직장 생활 중 일을 쉬거나 그만둔 이유를 살펴보면, 남성의 경우 ‘더 좋은 직장을 위한 준비’(22.4%)와 ‘급여, 업무 내용 등 직장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22.4%)가 주원인으로 나타났으나 여성은 ‘결혼, 임신, 출산 등의 문제’(24.3%)를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이처럼 비연예인은 물론 연예계 스타들도 경력단절을 완전히 피하기 어렵다. 일부 스타들은 출산 후 빠르게 복귀하거나 새로운 영역에서 성공을 거두며 희망을 보여주지만, 그 이면에는 막대한 노력과 불안, 그리고 끊임없는 자기 관리라는 고된 시간이 숨겨져 있다. 더 본질적인 문제는 ‘출산’을 둘러싼 이중적 시선이다. 출산 후 복귀한 여성 연예인들은 “엄마니까 이런 건 안돼”, “애도 있으면서”라는 평가에 시달린다. 이 때문에 많은 여성 스타가 출산을 망설이거나 아예 포기하는 선택을 하기도 한다.
아이를 낳지 않으면 ‘비정상’, 낳으면 ‘커리어를 포기한 사람’이라는 편견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한다. 출산이 축복인 동시에 불확실성이기도 한 사회에서, 여성 스타들의 눈물과 고민은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이제는 여성들이 경력과 삶을 저울질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적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 선택의 책임이 온전히 개인에게 떠넘겨지는 구조를 바꾸지 않는 한, 그 눈물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이지은 기자 lje@tvreport.co.kr / 사진= TV리포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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