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허장원 기자] 개봉을 앞둔 영화 ‘네이키드 런치’를 향한 관심이 뜨겁다.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감독의 문제작이자 바디 호러 장르의 대표작인 ‘네이키드 런치’가 오는 25일 4K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국내에서 최초로 개봉된다. 1991년 세상에 첫선을 보인 이후 34년 만의 공식 극장 개봉이자 이번이 국내 최초 공개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네이키드 런치’는 살충제에 중독된 해충 방역사 윌리엄 리가 벌레들의 초대를 받고 정체불명의 세계인 인터존에 빠져들며 벌어지는 기묘한 이야기를 다룬다.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독특한 서사 구조와 인간과 벌레의 경계를 허무는 비주얼은 처음 공개된 당시에도 강렬한 충격과 함께 영화 팬들의 뇌리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 작품은 미국 비트 세대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윌리엄 S. 버로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출간 당시 외설 논란에 휩싸였을 정도로 도발적이고 실험적인 텍스트였던 이 소설을 인간 내면의 심리를 파고드는 데 탁월한 감각을 지닌 크로넨버그 감독이 영화화하면서 두 문제적 작가의 충돌과 융합은 더욱 강렬한 시너지를 만들어냈다.
4K 리마스터링 개봉을 앞두고 공개된 1차 포스터와 메인 예고편은 ‘네이키드 런치’ 특유의 혼란스럽고 기이한 분위기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인간의 형태를 한 벌레 크리처 ‘머그웜프’와 나란히 앉아 정면을 응시하는 윌리엄 리의 모습은 단숨에 보는 이를 긴장하게 만든다.
또한 황량한 사막 위에 홀로 앉은 윌리엄 리의 포스터 이미지는 고독과 혼란, 그리고 알 수 없는 불안을 시각적으로 표현한다.
예고편에서는 윌리엄이 아내 조앤에게 총을 겨눈 뒤 인터존으로 향하게 되는 전개가 등장하며, 말하는 벌레, 곤충 형상의 타자기, 지네처럼 생긴 인간 등 기괴한 생물들이 연이어 등장해 관객의 혼란을 가중한다. 이질적이면서도 유혹적인 이미지들은 “감히 도전하라! 아주 매력적인 영화다”(Newsweek), “이토록 우아하고 정중하게 지옥으로 초대하는 감독이 있을까?”(The New York Times)라는 해외 매체들의 찬사가 과장이 아님을 느끼게 한다.
배우들의 열연 또한 주목할 만하다. 윌리엄 리 역은 영화 ‘로보캅’으로 익숙한 피터 웰러가 맡았다. 그는 과거 사이보그 히어로의 상징적인 얼굴에서 벗어나 창작과 중독, 심리적 혼돈에 휩싸인 인물을 섬세하고 절제된 연기로 표현했다. 그의 연기는 관객이 윌리엄 리의 내면세계로 천천히 빠져들게 만드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배우 주디 데이비스는 윌리엄의 아내 조앤 리와 인터존에서 그가 만나는 조앤 프로스트라는 인물을 1인 2역으로 소화했다.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허무는 이중적 캐릭터를 통해 영화의 주요 테마를 연기로 풀어낸 그는 이전에도 여러 작품에서 복잡한 여성 캐릭터를 깊이 있게 소화해 온 배우답게 이 작품에서도 무게 중심을 잡아준다.
배우 이안 홈은 윌리엄이 인터존에서 마주하게 되는 인물 톰 프로스트 역을 맡았다. 그는 로열 셰익스피어 컴퍼니 출신으로 영화 ‘에이리언’의 애쉬, ‘반지의 제왕’의 빌보 배긴스로도 유명한 배우다. 이안 홈은 톰 프로스트라는 캐릭터를 통해 윌리엄 리의 혼돈과 창작의 고통을 더욱 깊숙이 들여다보게 만들며 그의 신비롭고 묵직한 연기가 영화의 기괴한 분위기를 더욱 끌어올린다.
‘네이키드 런치’는 단순한 몬스터 무비를 넘어 인간 내면의 심리와 창작에 대한 집착, 현실과 환상의 모호한 경계를 탐색하는 작품이다. 특히 벌레 형태의 타자기, 말하는 곤충, 그리고 머그웜프와 같은 기이한 존재들은 단순한 시각적 기괴함을 넘어, 윌리엄 리라는 인물의 정신적 붕괴와 욕망, 죄책감을 시각화한 장치로 기능한다.
공개된 보도스틸에서는 윌리엄 리와 머그웜프가 바에 나란히 앉은 장면, 머그웜프의 머리가 타자기로 변해 있는 장면, 그리고 윌리엄이 인터존에서 만나는 다양한 인물들의 모습이 담겨 있다. 이 이미지들은 인터존이라는 세계가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어디까지가 환상인지 알 수 없게 만들며 영화를 둘러싼 호기심을 더욱 자극한다.
이처럼 ‘네이키드 런치’는 기괴하지만 아름답고 혼란스럽지만 눈을 뗄 수 없는 매혹적인 작품이다. 독보적인 미장센과 배우들의 몰입감 넘치는 연기, 그리고 상상력의 폭발을 통해 크로넨버그 감독은 다시 한번 자신만의 세계를 스크린 위에 완성했다.
오는 25일 4K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국내 관객들에게 처음 선보이는 ‘네이키드 런치’가 어떤 반향을 불러일으킬지, 영화 팬들의 기대가 고조되고 있다.
허장원 기자 hjw@tvreport.co.kr / 사진= 영화 ‘네이키드 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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